만약 우리나라 대통령이 옆 나라 전직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서 "삼촌!"이라고 부르며,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다 해 드릴게요"라고 말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상만 해도 깜짝 놀랄 일인데, 이 비슷한 일이 실제로 태국에서 일어났습니다. 태국의 총리 패통탄 친나와는 최근 캄보디아 전 총리와의 통화 내용을 두고 나라 전체가 떠들썩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6월 19일, 태국 총리는 TV에 직접 나와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이 사과는 그냥 미안하다고 한 정도가 아니에요. 태국에서는 사람들에게 존경이나 사과의 뜻을 전할 때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전통적인 인사인 "와이"를 하는데, 총리는 이 전통을 따라 국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습니다.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요?
그 시작은 바로 전날, 6월 18일에 있었던 한 통의 전화였습니다. 태국 총리가 캄보디아의 전 총리 훈센과 통화를 했는데, 그 내용이 고스란히 외부로 유출되었어요. 문제는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태국 국민들이 충격을 받고 크게 분노했다는 겁니다.
통화 내용에서 태국 총리는 훈센을 "삼촌"이라 부르며 매우 친근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경 분쟁으로 군인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서 자국 군 장성을 "자리를 노리는 적"이라고 표현하며 무시하는 듯한 말을 했어요. 그리고 심지어 "캄보디아가 원하면 다 해 줄 수 있다"는 식의 말까지 했죠. 태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 발언들이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태국과 캄보디아는 오랫동안 국경 지역에 있는 사원 때문에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예요. 게다가 최근에도 양국 군대가 충돌해 캄보디아 군인이 사망하는 일까지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자국의 총리가 상대국 지도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며 군대를 비난하는 말까지 했다는 건, 많은 태국인들에게 큰 상처가 된 거예요.
사실 태국 총리 패통탄은 유명한 정치 가문 출신입니다. 그녀는 태국 전 총리였던 탁신의 딸인데요, 이 가문은 오랫동안 군부와 갈등을 겪어왔어요. 탁신 전 총리를 비롯해 그의 가족 중 많은 이들이 총리에 올랐지만, 군부의 반대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망명하거나 해임되었죠. 이번에도 군부와 가까운 장성을 적이라고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되어, 군부가 강한 반발을 하고 있어요.
게다가 이 전화 통화 내용이 어떻게 유출되었느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어요. 알고 보니, 훈센 전 총리가 이 통화를 녹음해 자신의 측근 80명과 공유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물론 훈센 전 총리는 일부러 공개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통화 내용 전체가 공개되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실수나 오해가 아니었어요. 태국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정치적인 신뢰를 무너뜨린 일이었기 때문에 많은 정당들이 연정에서 탈퇴를 선언했고, 심지어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태국은 1932년 이후 쿠데타가 무려 12번이나 일어난 나라거든요.
이렇게 나라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큰 파장이 생긴 사건, 바로 그 중심에 "삼촌"과의 통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총리는 국민들 앞에 사과를 하게 되었던 거죠.
자, 이제 태국 총리와 캄보디아 전 총리 훈센 간의 통화가 왜 그렇게 중요한 사건이 되었는지 더 깊이 살펴보자고요. 이 사건은 단순한 오해나 실수가 아니라,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의 긴 역사와 정치적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진 감정의 충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었어요.
먼저, 태국과 캄보디아는 국경 문제로 오랫동안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 중에서도 프레아 비히어 사원이라는 아주 오래된 사원이 분쟁의 중심에 있어요. 이 사원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중요한 유적지인데, 어느 나라 땅이냐를 두고 두 나라가 오랫동안 싸워왔습니다. 원래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국경을 어설프게 정해 놓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죠. 쉽게 말하면, 지도에 선을 대충 그어놓고 "이쪽은 너희 땅, 저쪽은 우리 땅" 하고 나눠버린 거예요.
그런데 이런 역사적 배경 위에서, 실제로 양국 군대가 충돌해 사람이 죽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감정이 아주 민감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 총리가 캄보디아 전 총리에게 사적으로 전화를 걸어 군 장성을 비난하고, 상대국에 지나치게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는 건, 국민들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죠.
그렇다면 왜 훈센 전 총리는 이 통화 내용을 유출했을까요? 그는 단지 측근 80명에게만 공유했다고 했지만, 이 80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문제였죠. 누군가가 그 내용을 언론에 넘겼고, 결국 전체 내용까지 공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에는 캄보디아의 정치 상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훈센은 오랫동안 권력을 쥐고 있던 독재자였고, 지금은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넘긴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세습 권력을 유지하려면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겠죠? 마침 태국에서 총리가 캄보디아를 향해 굽히는 모습을 보이자, 그걸 국민들에게 자랑거리로 보여준 거예요. "봐라, 태국 총리도 우리 훈센 총리님한테 고개를 숙이지 않느냐" 하고 말이죠. 실제로 이 사건 이후 캄보디아에서는 대규모 친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훈센과 그의 아들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반면, 태국은 상황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많은 정당이 연정에서 탈퇴했고, 의회에서도 총리를 탄핵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었죠. 군부는 공식적으로 "국가 주권 수호의 의지"를 밝히며 의미심장한 성명을 냈습니다. 이 말은 태국에서 쿠데타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기도 해요.
사실 태국의 정치사에는 쿠데타가 자주 등장합니다. 1932년 이후 12번이나 쿠데타가 있었고, 총리도 30번이나 바뀌었어요. 이렇게 잦은 정권 변화는 왕실의 강한 권위, 군부의 정치 개입,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복잡한 인식이 얽힌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태국에서는 군부가 힘을 가지면 언제든지 정권을 바꿀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이번 사태도 그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우선, 국가 지도자들이 하는 말은 아무리 사적인 자리라도 공적인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거예요. 특히 외교나 민감한 문제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렇죠. 또, 감정적으로 복잡한 역사를 가진 나라들 사이에서는 어떤 말 한 마디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어요.
태국 총리의 "삼촌 통화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정세와 지도자들 간의 관계, 그리고 국민 감정까지 엮인 복잡한 이야기였어요. 우리도 이 이야기를 통해 정치와 외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