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 좋은 아이는 반드시 책을 많이 읽는 아이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즘 부모님들 사이에서 아이의 문해력, 즉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교육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책을 별로 읽지 않아도 문해력이 좋은 아이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본 많은 부모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런 아이가 문해력이 좋을 수 있을까?’ 하고 궁금해합니다.
이윤영 작가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문해력의 핵심이라는 생각은 이제 과거의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책이 지식과 정보를 얻는 가장 주된 수단이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곧 문해력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유튜브, 인터넷,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가 책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문해력을 키우려면 **‘텍스트를 읽는 힘’**은 필요하고, 그것을 제대로 길러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전히 **‘책 읽기’**라고 강조합니다.
다만, 이때의 ‘책 읽기’는 양으로만 승부하는 **‘다독’**이 아닙니다. 다독이나 독서왕 같은 타이틀을 가진 아이들이 아니라도, 좋은 책을 깊이 있게 읽고,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적용해보는 아이들이 진짜 문해력을 가진 아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한 권을 읽더라도 그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해보거나 누군가에게 말로 풀어보는 활동을 할 때, 그 경험이 아이의 문해력을 근본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문해력이 좋은데 책을 많이 안 읽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책을 읽는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책을 천천히, 깊이 있게, 자기 식으로 소화하며,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아이들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를 관찰할 때 단순히 ‘몇 권을 읽었는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한 권을 읽더라도 아이가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문해력이 좋다고 하면, 무조건 책을 많이 읽히고, 글을 많이 쓰게 하거나, 학원에 보내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윤영 작가는 이런 방식은 너무 모호하고 막연한 접근이라고 비판합니다. 문해력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매체 해석, 문법 이해, 문학 감상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 복합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단순히 학원을 보내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윤영 작가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명확한 기준으로 **‘국어 교과 성취기준표’**를 제시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각 학년별로 국어 교과에서 아이들이 갖춰야 할 성취 기준이 명확히 나와 있는데, 이 기준표를 활용해 내 아이가 현재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스스로 체크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 아이는 듣는 능력이 특히 중요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읽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많이 들어야 글을 제대로 읽고, 나중에 표현할 수 있습니다. 초등 1학년 국어 성취 기준에는 “자신의 말 순서를 지키고, 타인의 말을 잘 듣는다”는 항목이 있습니다. 듣기가 잘 되어야 말하기가 잘 되고, 말하기가 되어야 읽고 쓰는 것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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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중학년(3~4학년)은 본격적인 읽기의 시기입니다. 단순한 줄글 읽기에서 벗어나 설명문, 논설문, 편지글 등 다양한 글의 종류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자주 가서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책과 정보가 있는지 느껴봐야 합니다. 이때 쓰기는 너무 부담스럽게 하면 안 되고, 짧은 글쓰기—예를 들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다섯 줄로 쓰기 같은—부터 시작하면 좋습니다.
고학년(5~6학년)은 그동안 듣고 읽은 것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표현 활동, 즉 말하기와 글쓰기로 나아가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아이가 말로 표현하는 것을 글로 바꿔보는 연습이 필요하고, 만약 말은 잘하는데 글은 잘 못 쓰는 아이가 있다면, 말로 먼저 풀게 하고, 그걸 영상으로 남기거나 녹음하게 하여 점차 글로 옮기게 하면 됩니다. 말과 글은 모두 같은 표현 수단이기 때문에, 결국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을 ‘공부’가 아닌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문해력’이라는 말을 들으면 벌써부터 ‘공부’라고 생각해서 부담을 느낍니다. 이때 부모는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활동이 특별한 공부가 아니라, 일상 속의 대화, 책 읽기, 표현 활동이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저학년일수록 혼자 책을 읽게 하는 일기 독립은 너무 빠르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림책도 감정적으로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 혼자 읽기엔 어려운 책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한 페이지씩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표현하게 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진행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문해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중학년 이후에는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여 책을 보고 고르는 경험을 하게 하고, 책의 장르와 스타일, 주제에 대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읽기 습관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도 ‘다독’보다 ‘넓은 독서’를 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이의 문해력 교육을 위해 학원을 보내기보다는, 가정 안에서의 소통과 독서, 표현 활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국어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을 기준 삼아 아이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활동을 도와주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이 이윤영 작가의 주장입니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쓴 책 『초등 문해력 수업』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워크시트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학년별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표현을 도와줄 수 있는지 등의 방법이 담겨 있어서, 문해력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책을 안 읽어도 문해력이 좋은 아이들”의 현상에 대한 이해
이윤영 작가는 책을 읽지 않아도 문해력이 좋은 아이들은, 실제로는 한 권이라도 질 높은 책을 깊이 있게 소화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라고 해석합니다. 이 분석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양적 독서보다는 질적 독서가 중요하다는 주장은 독서 교육의 고전적인 논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깊이 있는 독서’가 어떻게 가능했는가입니다. 책을 스스로 깊이 있게 읽는 데에는 이미 기초적인 문해력, 인지능력, 언어적 자극, 주변 환경 등이 함께 작용합니다. 즉, 그 아이가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더라도, 평소 구어(말하기-듣기) 환경이나 성인의 피드백, 질문 중심의 대화 등을 통해 ‘문해적 사고방식’을 익혔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 ‘책을 읽지 않았는데도 문해력이 좋은’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문해력 훈련이 되어 있었던 것이죠. 따라서 이 설명은 책 읽기의 대체 경로를 명확히 제시해주는 동시에, 그 경로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구조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합니다.
2. 성취기준 중심의 문해력 교육: 구체성과 한계
작가는 문해력 지도에 있어 국어 교과 성취기준을 기준으로 삼자고 말합니다. 이는 매우 실용적인 제안이며, 현실적인 가정 교육 가이드로서의 유용성이 큽니다.
하지만 성취기준 중심 접근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성취기준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아이’를 위한 가이드일 뿐, 실제 아이들의 발달 속도나 기질은 그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3학년인데도 여전히 듣기 기반 활동이 더 효과적인 아이도 있고, 1학년인데 설명문을 흥미롭게 읽는 아이도 있죠. 즉, 교육과정은 기준일 뿐,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다는 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성취기준을 기준으로 아이의 발달 상황을 점검하는 건 좋은 전략이지만, 이 기준에 아이를 맞추려는 시도는 자칫 문해력을 ‘교육과정 관리’로 축소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3. 문해력을 위한 ‘표현 활동’의 다양성 강조
이윤영 작가는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듣기→읽기→말하기→쓰기 순서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시합니다. 이 흐름은 매우 자연스럽고 언어 습득의 보편적인 단계와도 잘 맞습니다. 특히, 쓰기보다 말하기 표현을 먼저 훈련시키는 방법은 말과 글이 같은 본질의 표현 방식이라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매우 유효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말하기’ 역시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단지 아이가 말로 자기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고 해서 그게 곧 문해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논리적 흐름, 근거의 구성, 어휘의 선택, 전달력 등 구체적인 언어적 요소들이 함께 훈련되어야 진짜 문해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말하기’가 아닌, ‘대화’를 통한 훈련, 혹은 ‘질문-응답’ 구조가 있는 말하기 경험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이 좋았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장면이 좋았는지?”, “그 장면을 다른 방식으로 바꿔본다면 어떻게 할지?” 같은 확장형 질문에 답하게 하는 연습이 훨씬 중요합니다.
4. 책 읽기의 부담 해소와 가족 문화의 전환
문해력 문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오해는 ‘책을 많이 읽히면 다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윤영 작가는 이를 부정하며, ‘한 권을 깊이 있게’ 읽고 활용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특히 책을 거부하거나,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실질적인 위로가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더 근본적인 문화 전환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책 읽기는 너무 ‘공부’처럼 여겨지고, 문해력은 성취 지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성적을 위해 억지로 읽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죠. 이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문해력 교육은 또 하나의 사교육 상품으로 고착될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문해력은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가정 안에서 자연스러운 대화, 책 이야기, 호기심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비로소 살아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책 읽어!”라고 말하기보다 “이 책에 이런 장면이 있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는 방식이 아이를 더 끌어당깁니다. 이것이 바로 ‘문해력이 자라나는 환경’입니다. 문해력은 단어와 문장의 기술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사회적 능력입니다.
5. 현실적 교육 환경과 그 대안
작가는 현실적인 교육 조건과 학교 환경, 입시 제도를 함께 고려하여 조언합니다. 이는 실제 부모들의 고민과 매우 밀접하게 닿아 있습니다. 특히 ‘한 학기 한 권 읽기’ 같은 프로그램이 도입됐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학교 수업의 구조가 교과서 중심이고, 책을 온전히 읽고 성찰할 시간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병행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이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학교가 아닌 가정이 더 중심적인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가정에서는 부모가 지도자가 아니라 ‘함께 읽고, 함께 말하는 친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아이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대안은 구체적인 기준(국어 성취 기준표) + 실제적인 활동(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의 균형) + 자연스러운 대화 문화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결론
이윤영 작가의 문해력 교육에 대한 접근은 매우 구체적이고, 부모의 입장에서 실천 가능한 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강점이 큽니다. 그러나 동시에 문해력을 단순한 성취의 문제가 아닌 문화적, 관계적, 사회적 능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함께 필요합니다. 문해력이란 단지 잘 읽고, 잘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키우는 능력입니다. 그 출발은 부모가 아이에게 “읽어라”가 아니라, “함께 생각해보자”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